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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 먹으면서 폰으로 주식 앱을 켰다가 깜짝 놀랐다. 뱅가드 S&P500 ETF(VOO)가 드디어 운용자산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떴더라. 1조 달러면 대충 우리 돈으로 1,500조 원. 상상이 안 되는 숫자다.
근데 더 흥미로웠던 건, 이 ETF가 2022년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자산 규모가 4배로 뛰었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아, 나처럼 평범한 직장인들도 이 ETF를 통해 미국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구나." 실제로 주변에서 "VOO에 월급의 일부를 꾸준히 넣고 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 그만큼 대중화됐다는 방증이겠지.VOO가 세계 최초로 1조 달러를 찍은 이유
ETF 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ETFGI라는 컨설팅 업체 자료를 보면, 전 세계 ETF 자산 규모가 83개월 연속 순유입세를 기록 중이다.
2020년 초만 해도 6조 4천억 달러였는데, 지금은 21조 9천억 달러로 3배 이상 불어났다. 이 흐름의 정점에 VOO가 있는 셈이다.VOO의 성장 비결은 뭘까? TMX베타파이의 토드 로젠블루스 리서치 총괄은 "인공지능(AI) 붐을 추종하는 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에 노출될 수 있는 가장 크고 저렴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맞는 말이다.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AI 수혜주들이 S&P500 지수에 대거 포진해 있으니, VOO 하나만 사면 자연스럽게 AI 테마에 투자하는 셈이 된다.| 구분 | VOO (뱅가드) | SPY (스테이트스트리트) | IVV (블랙록) |
|---|---|---|---|
| 운용자산 | 1조 달러 | 약 5,800억 달러 | 8,570억 달러 |
| 보수율 | 0.03% | 0.09% | 0.03% |
| 설립년도 | 2010년 | 1993년 | 2000년 |
| 연간 배당수익률 | 약 1.3-1.5% | 약 1.2-1.4% | 약 1.3-1.5% |
재미있는 건, 경쟁사인 스테이트스트리트의 SPY가 1993년에 나온 원조격 상품인데도 VOO에게 자산 규모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사실이다. 수수료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SPY는 보수가 0.09%인 반면, VOO와 IVV는 0.03%에 불과하다. 0.06%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장기 투자에서는 복리 효과로 천문학적인 차이를 만든다.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VOO는 올해 들어서만 69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란 전쟁, 관세 갈등, 경기 둔화 우려 등 악재가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투자자들이 '저가 매수(Buy the Dip)' 전략을 고수하면서 미국 증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한 결과다.매월 10만 원씩 10년 동안 넣으면 실제 수익은?
자, 이제 본격적으로 계산을 해보자. 매월 10만 원씩 VOO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가정해보겠다. 당연히 미래 수익률을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역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정은 가능하다.
S&P500 지수의 연평균 수익률(배당 재투자 포함)은 약 10% 수준이다. 물론 어떤 해는 30% 넘게 오르고, 어떤 해는 20%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하지만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면 평균적으로 7-10% 사이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가정 시나리오 | 연 수익률 | 10년 후 총 투자금 | 10년 후 예상 금액 | 순수익 |
|---|---|---|---|---|
| 보수적 시나리오 | 7% | 1,200만 원 | 약 1,730만 원 | 약 530만 원 |
| 중립 시나리오 | 10% | 1,200만 원 | 약 2,050만 원 | 약 850만 원 |
| 낙관적 시나리오 | 12% | 1,200만 원 | 약 2,320만 원 | 약 1,120만 원 |
이 표를 보면 감이 좀 오시나? 매월 10만 원씩 10년 동안 모은 원금은 1,200만 원이다. 중립 시나리오(연 10%)에서는 약 2,050만 원으로 불어난다.
원금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이건 '명목 수익률'이라는 점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구매력으로 따지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우리나라의 최근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3% 수준임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연 7-8% 정도로 봐야 한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3%인 현실을 감안하면, VOO 적립식 투자는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VOO vs 국내 ETF, 진짜 차이는 여기에 있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도 코스피200 ETF나 미국 ETF가 있는데, 왜 굳이 VOO에 투자해야 하냐"고 묻곤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직접 두 상품을 비교해봤다.
우리나라에도 'TIGER 미국S&P500'이나 'KODEX 미국S&P500' 같은 상품이 있다. 이들은 VOO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재간접' ETF다.즉, VOO를 사서 다시 파는 구조다. 당연히 수수료가 한 번 더 붙는다.| 비교 항목 | VOO 직접 투자 | 국내 상장 미국S&P500 ETF |
|---|---|---|
| 총보수율 | 0.03% | 0.05-0.10% |
| 배당소득세 | 15% (원천징수) | 15.4% (배당소득세+지방소득세) |
| 환전 수수료 | 필요 (증권사별 상이) | 불필요 (원화로 거래) |
| 거래 시간 | 미국 장중 (우리나라 밤시간) | 우리나라 장중 (오전 9시-오후 3시 30분) |
| 세금 신고 | 필요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 비교적 간단 (국내주식과 동일) |
VOO를 직접 사려면 미국 주식 계좌를 개설해야 하고,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며, 거래 시간도 우리나라 밤시간이라 불편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상장 ETF는 우리나라 시간에 편하게 거래할 수 있고, 환전도 필요 없다.
하지만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VOO 직접 투자가 유리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첫째, 총보수가 더 낮다. 0.03%와 0.07%의 차이는 10년, 20년이 지나면 복리 효과로 꽤 큰 차이를 만든다.둘째, 배당소득세가 0.4%포인트 더 낮다. 이 차이가 매년 쌓이면 장기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된다.RBC의 마이크 벨 시장 전략 총괄이 언급했듯이, "액티브 펀드에서 패시브 펀드로 거의 일방적인 자금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VOO 같은 초저비용 지수 추종 ETF가 그 중심에 서 있다.실제로 VOO는 SPY를 제치고 ETF 시장의 왕좌에 올랐다.10년 후를 상상해보자
10년 후, 2036년의 어느 날. 당신의 계좌에는 2,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찍혀 있을 수 있다. 물론 중간에 시장이 폭락하는 순간도 분명 있을 거다.
2020년 코로나 쇼크 때처럼 30% 넘게 빠지는 날도 올 거고, 2022년처럼 20% 가까이 조정받는 해도 있을 거다. 하지만 중요한 건 '멘탈'이다.그런 순간에 "망했다, 팔자" 하고 손절하면 끝이다. 반대로 "싸게 샀다" 생각하고 더 담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복리의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벤 존슨 모닝스타 고객솔루션 책임자의 말을 빌리자면, "한때 주변부 상품으로 여겨졌던 ETF가 이제는 전 세계 수백만 명 투자자의 기본 투자 수단이 됐다. " VOO는 그 중심에 서 있는 상품이다.매월 10만 원. 커피 두 잔 값 아끼면 나오는 금액이다. 이 돈을 10년 동안 꾸준히 VOO에 넣는다면, 당신은 2036년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아마 지금의 나처럼 폰 앱을 켜고는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싶다.그리고 그때쯤이면 VOO가 2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뉴스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그 뉴스를 보면서 당신도 "내가 그때 시작하길 잘했어"라고 말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