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는 시기, 이 타이밍만 지키면 반은 성공
지난주에 텃밭에 갔더니 옆 밭 하시는 김씨 아저씨가 혀를 차시더라고요. "얼른 심어야 하는데, 올해는 늦었네" 하면서. 우리나라 4월 날씨는 변덕이 죽 끓듯 해요.
아침엔 봄인가 싶다가도 해 지면 겨울로 돌아가죠. 이런 환경에서 늙은호박을 언제 심을지 정하는 건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입니다. 늙은호박은 생육 적온이 18-21도 사이예요.이 온도 범위를 유지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4월 하순에서 5월 초순입니다. 농촌진흥청의 10년간 기후 데이터를 보면, 우리나라 중부지방 기준으로 4월 25일 이후에야 평균 기온이 15도를 넘기 시작해요.서리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5월 초순이에요. 즉, 늙은호박을 노지에 직파하거나 모종을 옮겨 심으려면 최소 5월 초순은 기다려야 한다는 뜻입니다.재미있는 건, 호박 씨앗 자체는 저온에 꽤 강하다는 점이에요. 땅속에서 싹이 트기 전까지는 영상 10도 정도에도 버팁니다.문제는 싹이 튼 후예요. 어린 모종이 서리를 맞으면 하루아침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됩니다.2022년 충남 지역에서 4월 중순에 늙은호박을 심은 농가 중 30% 이상이 늦서리 피해를 봤다는 통계가 있어요. 서리 피해는 5월 초에도 발생할 수 있으니, 안전하게 가려면 5월 5일 이후에 심는 게 속 편합니다.| 구분 | 중부지방 | 남부지방 | 제주도 |
|---|---|---|---|
| 직파 적기 | 5월 상순-중순 | 4월 하순-5월 상순 | 4월 중순-하순 |
| 육묘 후 정식 | 5월 중순-하순 | 5월 상순-중순 | 4월 하순-5월 상순 |
| 서리 종료일 | 4월 25일-5월 5일 | 4월 15일-25일 | 4월 5일-15일 |
| 생육 적온 도달일 | 5월 5일 전후 | 4월 25일 전후 | 4월 15일 전후 |
저는 지난해에 시험 삼아 4월 10일, 4월 25일, 5월 5일 세 번 나눠 심어봤는데요. 4월 10일 심은 건 발아율이 60%밖에 안 됐고, 4월 25일 심은 건 80% 정도였어요.
5월 5일 심은 건 거의 100% 발아했죠. 결국 기다림이 약이라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호박은 일조량이 많아야 단맛이 극대화되는데, 너무 일찍 심어서 싹이 약해지면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해 맛도 떨어집니다.자, 이제 심는 시기를 알았으니 본격적인 재배 방법으로 들어가볼까요? 묘목을 기르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습니다.재배 방법, 묘목부터 수확까지의 여정
작년 봄, 저는 인터넷에서 늙은호박 종자를 주문했습니다. 10a당 2-2.5g이면 충분하다는 정보를 보고 100립짜리 한 봉지를 샀죠. 근데 막상 파종하려니 육묘상자에 모래를 깔고 온도를 맞추는 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25-30도를 유지해야 4-5일 안에 발아하는데, 집 안에서 하려면 꽤 신경 써야 합니다. 발아 후 온도 관리가 진짜 중요합니다.낮에는 22-24도, 밤에는 15-18도로 유지해야 튼튼한 모종이 나와요.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6도 이상 나야 호박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강하게 자랍니다.제가 온도계로 재보니 거실 낮 온도는 25도까지 올라가는데, 밤에는 20도 아래로 잘 안 내려가더군요. 결국 베란다로 옮겨서 밤에는 창문을 조금 열어 온도를 조절했습니다.본잎이 5-6매가 되면 정식할 때입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모종이 웃자라서 밭에 옮겨 심었을 때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않아요.정식 간격은 이랑 나비를 3.5-4m, 포기 사이는 60-90cm로 잡습니다. 너무 좁게 심으면 호박 덩굴이 서로 경쟁해서 열매가 작아지고, 너무 넓게 심으면 땅이 아깝죠. 60cm는 다소 좁은 편인데, 저는 이랑을 3.5m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이 간격을 70cm로 타협했습니다.정식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묘 경화'예요. 정식 5-7일 전부터 물 주는 양을 줄이고 온도를 낮춰서 모종을 길들여야 합니다.이걸 안 하면 텃밭에 옮긴 후 몸살을 심하게 앓아요. 저도 처음엔 이게 뭐 그리 중요할까 싶어서 생략했다가, 10그루 중 3그루가 시들시들해서 고생했어요.이후로는 꼭 거칩니다. 비료는 10a당 잘 썩은 퇴비 3000-4000kg을 정식 2주 전에 밑거름으로 줍니다.여기에 질소, 인산, 칼리를 성분량에 맞춰 섞어줘야 해요. 호박은 질소를 좋아하지만, 너무 많이 주면 잎만 무성해지고 열매가 잘 안 달립니다.균형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해에 질소 비료를 조금 더 줬다가 덩굴은 엄청 길게 자랐는데 호박은 3개밖에 못 땄어요.올해는 좀 뺐더니 열매가 7개나 달렸습니다. 순지르기는 수확량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입니다.아들덩굴을 유인할 때는 세력이 좋은 곁순만 골라서 키워야 해요. 첫 암꽃은 아들덩굴 8절에서 착생하는데, 초기 꽃은 크기가 작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거해줍니다.이게 마음에 안 들죠. 꽃이 폈는데 잘라내려니 아깝고. 하지만 이걸 해줘야 나중에 더 크고 좋은 호박을 딸 수 있습니다.| 재배 단계 | 주요 작업 | 적정 시기 | 비고 |
|---|---|---|---|
| 종자 소독 | 베노람 수화제 2000배액 30분 침지 | 파종 전 | 흰가루병 예방 |
| 파종 | 육묘상자 모래 깔기, 2-3cm 깊이 | 4월 중순-하순 | 25-30도 유지 |
| 육묘 | 온도 조절, 물 조절 | 20-25일 | 본잎 5-6매까지 |
| 정식 | 이랑 3.5-4m, 포기 간격 60-90cm | 5월 상순-중순 | 묘 경화 필수 |
| 적심 | 한 포기당 2줄기 유지 | 정식 후 즉시 | 아들덩굴 선택 |
| 비료 | 퇴비 3000-4000kg/10a + 질소·인산·칼리 | 정식 2주 전 | 2-3회 분시 |
| 순지르기 | 초기 암꽃 제거 | 아들덩굴 8절 이전 | 세력 좋은 곁순 선택 |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드디어 수확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언제 어떻게 따야 할까요? 수확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보관도, 맛도 망칩니다.
수확과 보관, 저장성과 단맛을 살리는 마무리 기술
시골에 사는 저희 큰어머니는 늙은호박 수확 시기를 '호박이 자소 굳을 때'라고 표현하세요. 호박 꼭지가 나무처럼 단단해지고, 겉에 하얀 분가루가 생기면 수확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이 상태가 되면 개화 후 70-80일이 지난 시점이에요. 보통 6월 하순에 꽃이 핀 호박은 8월 중순이면 수확할 수 있습니다.수확할 때 주의할 점은 절대 호박 표면에 상처를 내면 안 된다는 거예요. 상처가 나면 그 부위로 세균이 들어가서 저장 중에 썩어요.저도 첫해엔 호박을 땅에서 툭툭 털어서 냈는데, 몇 개에 금이 가서 일주일 만에 버린 적이 있습니다. 수확은 가위나 칼로 꼭지를 3-5cm 남기고 자르는 게 정석입니다.꼭지를 길게 남기면 수분 증발이 덜 돼서 저장성이 좋아집니다. 늙은호박은 서리가 오기 전에 모두 수확해야 해요.서리를 맞으면 과육이 물러지고 단맛이 떨어집니다.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첫 서리가 내리니까, 그 전에 서둘러야 합니다.제 기준으로는 9월 중순이면 수확을 마무리합니다. 보관 방법은 상태에 따라 달라요.자르지 않은 통호박은 햇볕이 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두면 2-3개월은 거뜬합니다. 이상적인 보관 온도는 10-13도, 습도는 50-70%예요.너무 건조하면 호박이 쪼그라들고, 너무 습하면 곰팡이가 생겨요. 저희 집은 베란다에 두는데, 겨울에 너무 추우면 안으로 들여놓고 있어요.자른 호박은 상황이 다릅니다. 무조건 씨를 발라내고 껍질을 벗겨서 냉장보관해야 합니다.저는 지퍼백에 넣어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데, 2주 정도는 아삭함이 유지돼요. 일반 냉장고에 넣으면 5-7일 안에 먹어야 합니다.더 오래 보관하려면 깍둑썰기해서 냉동실에 넣거나, 얇게 썰어서 말려 호박고지로 만듭니다.| 보관 방법 | 기간 | 조건 | 주의사항 |
|---|---|---|---|
| 통호박 실온 보관 | 2-3개월 | 10-13도, 습도 50-70% | 직사광선 차단, 통풍 필수 |
| 통호박 냉장 보관 | 3-4개월 | 5-8도 | 호박이 너무 차가우면 단맛 감소 |
| 자른 호박 냉장 | 5-14일 | 0-4도 | 씨 제거, 밀폐용기 사용 |
| 자른 호박 냉동 | 6-12개월 | -18도 이하 | 데치지 말고 생으로 얼리기 |
| 호박고지 | 12개월 이상 | 실온 밀폐 | 완전히 말린 후 보관 |
마지막으로 팁 하나. 호박은 수확한 직후보다 2-3주 정도 숙성시키면 단맛이 더 올라옵니다. 추수 후 호박을 그늘에 두고 숨을 죽이면 전분이 당으로 분해되기 때문이에요.
저는 9월에 수확한 호박을 10월 중순에 꺼내 먹는데, 그때가 가장 맛있습니다. 이렇게 심는 시기부터 보관까지 차근차근 따라오면 농사 초보도 실패 없이 늙은호박을 재배할 수 있습니다.올해는 늦지 않게 준비해서, 호박고지에, 찌개에, 호박죽에 다양하게 활용해보세요. 직접 키운 호박으로 만든 음식의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