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다보스포럼은 1월 23일 폐막했으며, 올해 주제는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이었습니다. 전 세계 130개국 이상 정부 관계자와 850여 명의 글로벌 기업 CEO가 참석한 가운데, 장기화되는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망 재편,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분절화된 세계에서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이 글에서는 포럼에서 논의된 주요 흐름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2026 다보스포럼, 왜 '분절화 시대의 협력'을 말했나
올해 포럼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구조적 불안정의 일상화'입니다. WEF가 발표한 글로벌 리스크 인식 조사에 따르면, 향후 2년간 세계 정세를 '격변(Turbulent)' 또는 '전면적 위기(Stormy)'로 전망한 응답자가 50%에 달했고, 10년 장기 전망에서는 그 비율이 57%까지 올라갔습니다. 반면 '안정(Calm)'을 전망한 응답자는 단기·장기 모두 1%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 수치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주요 경제 주체들이 현재의 불안정을 일시적 국면이 아니라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구조적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각국이 공동 대응보다 자국의 안정과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중심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협력과 공조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던 기존 질서가 약화되면서, 글로벌 거버넌스가 복합 위기를 충분히 조정·완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게 WEF의 진단입니다.
세계 경제의 운명을 가를 3가지 키워드
1. 갈등 속 협력 분절화된 질서의 딜레마
포럼에서 가장 뜨거웠던 화두는 '갈등 속에서도 협력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가'였습니다.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각국은 자국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나 공급망 붕괴 같은 문제는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특별 연설자로 나서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경제·에너지·안보 재편을 강조하면서, 미국·EU·중국 간 글로벌 리더십 재편이 향후 경제 질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각국의 이익이 충돌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안정성과 에너지 전환 같은 문제에서 협력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입니다.
2. 기술 패권 경쟁과 새로운 성장 동력
두 번째 키워드는 기술입니다. AI를 비롯한 신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곧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포럼에서는 단순히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 '책임 있는 혁신'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가 오갔습니다.
이 부분은 기업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개별 기술 리스크에 대응하는 차원을 넘어, 상시적 불확실성 속에서 의사결정 방식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즉, 특정 위기에 대비하는 접근에서 벗어나 불확실성 자체를 전제로 한 경영 체계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3. 사람에 대한 투자와 지구 한계 속 번영
마지막 키워드는 '사람'과 '지속가능성'입니다. 포럼에서는 인력 재교육과 사회 안전망 구축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뒷받침할 핵심 과제로 다뤄졌습니다. 기술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수록, 그 변화를 따라갈 수 있는 인적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는 논리입니다.
동시에 '지구 한계 속 번영'이라는 의제 아래,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를 어떻게 균형 있게 추진할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습니다. 에너지 전환과 기후 리스크는 더 이상 선택적 과제가 아니라 기업 생존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기업이 이번 포럼에서 얻어갈 전략적 시사점
포럼의 논의를 종합하면, 기업이 앞으로 대응해야 할 방향성이 몇 가지로 압축됩니다.
- 단기적 위기 대응 체계를 넘어, 불확실성이 상시화된 환경을 전제로 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야 함
-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재편을 분리된 문제로 보지 말고, 복합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는 전제 아래 전략을 수립해야 함
- 기술 투자와 인적 역량 강화를 병행하고, 환경·사회적 책임을 비용이 아닌 경쟁력의 일부로 접근해야 함
WEF가 강조한 핵심 메시지는 결국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분절화가 진행될수록 협력의 가치가 더 커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한 셈입니다. 다보스포럼이 던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