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5분이면 진압? EV-드릴랜스 혁신 기술로 불잡는 신개념 대응법

2026-07-15 · 테크 · 읽는데 6분

전기차 화재, 생각보다 빠르게 진압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EV-드릴랜스'라는 장비를 사용하면 배터리팩에 직접 구멍을 뚫고 물을 분사해 기존 방식보다 훨씬 빠른 10분 안에 화재를 진압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이미 현대자동차그룹을 통해 전국 소방서와 자동차운반선에 보급되고 있어,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응 체계가 한층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 왜 진압이 까다로울까

전기차 화재의 가장 큰 특징은 배터리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입니다. 배터리 셀 하나가 과열되면 주변 셀로 순식간에 열이 전파되면서 불이 번지는데, 기존 소화 방식으로는 배터리팩 내부까지 직접 물을 쏘기 어려워 진화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존에는 이동식 수조에 차량 전체를 담그거나, 질식 소화포로 산소를 차단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배터리팩 내부의 열을 식히는 데 한계가 있어 완전 진화까지 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EV-드릴랜스, 10분 만에 화재를 잡는 원리

EV-드릴랜스(EV-Drill Lance)는 소방호스에서 공급되는 물의 수압만으로 작동하는 관통형 화재 진압 장비입니다. 별도의 전원이나 복잡한 장비 없이, 물의 압력으로 터빈을 돌려 드릴이 회전하는 구조입니다.

작동 과정을 단계별로 보면 이렇습니다.

  1. 소방관이 차량 아래쪽에 장비를 위치시킵니다. 제품 높이가 약 13cm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차량 하부에 진입 가능합니다.
  2. 소화전이나 소방차에서 물을 공급하면, 수압으로 드릴이 작동해 약 2분 만에 차체 하부와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습니다.
  3. 드릴을 통해 배터리팩 내부로 직접 물을 분사해 열을 식히고 화재를 진압합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진화 시간입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탱크테크가 개발한 EV-DL 시스템을 활용하면 기존 대비 진화 시간이 10분 안팎으로 대폭 단축됩니다. 현대차그룹이 공동 개발한 EV 드릴 랜스 역시 배터리팩 내부에 직접 물을 분사해 30분 내 화재 진화가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해상과 육상, 현장에 맞춰 적용되는 방식

EV-드릴랜스는 사용 환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개량되어 보급되고 있습니다.

  • 육상용(소방서): 현대차그룹은 2024년 9월 소방청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같은 해 연말까지 전국 소방서에 EV 드릴 랜스 250대를 기증했습니다. 이후 창원소방서 등 전국 4개 소방서에도 추가 공급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 해상용(자동차운반선): 현대글로비스는 해상 운송 환경에 맞게 장비를 개량했습니다. 긴 손잡이를 짧게 여러 부분으로 나눠 좁은 선박 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화재 연기로 시야가 제한될 때를 대비해 LED 조명도 추가했습니다. 선원들이 신속히 이동할 수 있는 전용 가방도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 주차장용(고정식): 탱크테크는 주차장 바닥에 설치하는 고정식 EV-DL과 이동식 EV-DL도 개발했습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시제품이 설치되어 실제 화재 대응 테스트도 진행되었습니다.

전기차 화재 자체를 예방하는 기술도 함께 발전 중

화재 진압 장비만 개선된 것은 아닙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술을 고도화해 화재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BMS는 배터리의 전압, 온도, 전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순간 단락'이나 '미세 단락' 같은 미세한 이상 징후까지 감지합니다. 문제가 감지되면 즉시 안전 제어를 수행하고, 고객센터로 정보를 전송해 문자 안내와 긴급 출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또한 올해 4월부터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이상 감지 시 화재 자동 신고 시범사업'도 시작했습니다. BMS가 화재 징후를 감지하면 고객센터를 거쳐 관할 소방서에 자동으로 신고되고, 차량 정보와 위치가 함께 전달됩니다.

전기차 화재, 통계적으로는 내연기관차보다 덜 발생한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발생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 미국 보험회사 연구(2023년, NTSB·교통통계국 데이터 기준): 10만 대당 화재 발생률이 내연기관차 1,530건, 전기차 25건
  • 스웨덴 민간긴급대응기관(MSB, 2022년 기준): 내연기관차 440만 대 중 3,400회(0.08%), 전기차 61만 대 중 23회(0.004%)

물론 전기차 화재는 발생 시 진압이 까다롭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예방과 대응 모두 중요합니다. EV-드릴랜스 같은 신기술이 속속 도입되면서,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가 점차 갖춰지고 있습니다.

Q. EV-드릴랜스는 모든 차량에 사용할 수 있나요?

제품 높이가 약 13cm로, 국내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승용차와 SUV 하부에 진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지상고가 매우 낮은 일부 스포츠카나 튜닝 차량의 경우 사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일반 소방서에서도 이 장비를 사용할 수 있나요?

네. 현재 현대차그룹이 전국 241개소 소방서에 전기차 소방실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EV 드릴 랜스 250대를 기증해 보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창원소방서 등 일부 소방서는 자체적으로 탱크테크 제품도 도입했습니다.

Q. 소방관이 아닌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나요?

이 장비는 소방호스의 높은 수압을 이용해 작동하는 전문 장비로, 소방관 등 전문 인력이 사용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일반인이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Q. 전기차 화재 시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어도 안전한가요?

전문가들의 실증 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장비입니다. 지난해 현대차, 울산 북부소방서, 방재시험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코나 전기차 배터리에 인위적으로 열폭주를 일으킨 뒤 EV-DL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배터리팩 내부로 물을 직접 분사해 열을 효과적으로 식히는 방식입니다.